중소기업신문 / MS people 오늘의 CEO
유리 가공분야 강소기업 ‘경인유리공업’
실험실 유리관부터 방산용 유리부품까지
조민선 기자 입력 2025.06.18 15:21 수정 2025.06.23 10:19
장경배 대표 “고객이 주문하면 뭐든지 만들어 줍니다”

“유리가 흔한 소재로 보이지만 용도에 맞게 잘 사용하면 귀한 소재가 됩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았던 상품을 유리용기로 옮겨 보세요. 상품은 더욱 빛나고 값어치 있어 보일 겁니다. 여기에 유리가 갖고 있는 친환경과 내구성이라는 속성을 활용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유리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유리와 함께 살아온 사업가가 있다. 유리 가공분야 장인이신 아버지를 두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해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길도 있었지만 평탄한 길을 마다하고 험난한 유리의 세계로 되돌아온 인천 유리 박사의 이야기다.
18일 경기도 부천 테크노파크 한 공장에서 장경배 경인유리공업 대표를 만났다. 장 대표는 작업에 몰두하며 다양한 유리부품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손길에서 오랜 시간 한 분야를 연구하며 쌓은 통찰과 내공이 느껴졌다.
“정밀한 실험도구부터 화장품 케이스, 방산용 전지 부품에 반드시 들어가는 소재가 있습니다. 투명하고, 오염에 강하며, 높은 표면 경도와 열화학적 내구성이 좋은 소재가 바로 유리입니다”
업력 50년이 넘는 경인유리공업은 실험실용 기구부터 산업용 유리관 가공 제품 등 맞춤형 유리를 생산하고 있다.
장 대표는 “나에게 유리 공장은 학창 시절부터 놀이터였다. 56년 동안 유리 가공을 하고 계신 아버지 영향이 컸다. 유리 공업은 일이 아니라 삶”이라고 운을 뗐다.
◆ 실험용 유리 부피계 국내 1위…방산용 유리관도 만들어

경인유리공업의 모태는 1980년대부터 장 대표의 아버지가 운영해온 경인과학이다. 경인과학은 오랜 숙련 기술을 바탕으로 실험에 쓰이는 부피 측정용 유리 기구를 제조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처음에는 최종 완성 전 단계인 반제품으로 인지도를 쌓다가 완제품 생산 기술을 도입해 1992년 제약 및 화학 기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실험용 유리 부피계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이르렀다.
장 대표는 유리관 부품 제조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2022년, 경인 과학에서 사업자를 분리해 경인유리공업을 설립했다. 이후 방산용 전지 생산업체와 개발 계약을 맺고 현재까지 지뢰용 앰풀을 개발하며 공급을 하고 있다.
방산용 전지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수명을 늘려야 하는데, 이때 유리 앰풀이 배터리 방전을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해액을 유리관 내부에 밀봉하고 필요한 순간에 유리를 깨트려 배터리를 활성화시키는 원리다. 깨진 유리관에서 전해액이 흘러나오면 전기가 돌기 시작해 대기 상태에서의 방전을 막는다.
◆ 맞춤 제작이 경쟁력…화장품 케이스도 척척
경인유리공업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맞춤 제작’이다. 특히 프리미엄 화장품의 케이스로 사용하는 용기용 유리관은 이 회사의 또 다른 자부심이다.
회사는 스위스 명품 화장품 라프레리의 에센스용 외용기를 제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리가 친환경 패키지 소재로 각광받으면서 유럽에 수출하려는 업체들의 문의들이 있었다. 플라스틱 소재도 화장품 용기에 자주 사용되지만 유리 소재, 특히 유리관이 가진 절대적인 특장점이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지론이다.
장 대표는 “잘 알려진 화장품 브랜드는 대형 공장에서 찍어내기 때문에 저렴하지만, 명품 브랜드 케이스 제조 업체들은 생소한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라며 “특히 유리 소재는 플라스틱에 비해 표면 경도가 높아 흠집을 덜나 게 해 고급 제품으로 제작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인유리공업의 또 다른 경쟁력은 유리 부품 가공에 영역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제작이 불가능한 제품이라도 고객이 요청하면 우선 검토한다. 워낙 가공 폭이 넓다보니 경쟁업체와 제품군이 겹치는건 약 20% 수준이다.
경인유리공업은 원자력연구소에서 사용하는 가스포집기 등 실험실용 제품부터 산업용 유리 부품, 한전에서 사용하는 특수 퓨즈용 유리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 유리로 만들 수 있다면 뭐든지 만들겠다
장 대표의 목표는 지금처럼 맡은 제품을 꾸준히 생산하면서도 새로운 제품을 발굴하는 것이다. 기술력을 쌓을 수 있는 방위산업체와 수요가 많은 화장품 사업은 영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실험실용 곡면 유리를 만드는 기술 개발을 위해 테스트를 거듭하는 중이다.
또 다른 꿈은 가족경영을 지속하는 것이다. 아버지부터 이어온 가업을 아들에게도 물려주는 것이 목표다. 2대에 걸쳐 개발한 실험용 유리기구·방산용 유리 부품부터 오랜 기간 납품되고있는 퓨즈용 유리관까지 모든 작품이 그의 자부심이다.
장 대표는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포기할 때 우리만 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 ‘진짜 비즈니스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들다 보니 경쟁 업체도 없고 쫓길 수도 없다. 고객이 찾아오면 해결되는 국내 최고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인유리공업은 유리 가공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진정한 강소기업의 길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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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선 기자 msjo0@smedaily.co.kr
출처 : 중소기업신문(http://www.smedaily.co.kr)